물댄동산 처럼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댄동산처럼 2003. 2. 24. 17:10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는 법



"엄마, 지금 뭐해요?"
이제 여섯 살 밖에 안 된 수지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갖다주려고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란다"
"왜요?"
"왜냐하면 그 분이 매우 슬프기 때문이란다.
얼마전에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를 입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한동안 돌봐드려야해"
"왜 우리가 돌봐드려야 하죠?"
"수지야, 사람들은 말이다.
아주 슬플 때는
음식을 만든다거나 집안 청소 같은 작은 일들을 하기가 어려워진단다.
또 아주머니는 불쌍하게도
다시는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신나는 일들을 할 수가 없단다.
그러니 너도 그분에게 도움이 되어줄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겠니?"

수지는 어떻게 하면 아주머니를 돕는 일에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몇 분 뒤 수지는 이웃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참 지나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안녕, 수지야."
수지는 아주머니가 다른 때와 같이
귀에 익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어린 수지지만 아주머니가 울고 있었다는 것도 알수 있었습니다.
눈은 부어 있고 눈가에 물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니, 수지야?"
"엄마가 그러시는데
아줌마가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가 났고,
그래서 아주 많이 슬프시데요."
수지는 부끄러워하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에는 일회용 반창고가 들려져있었습니다.
"가슴에 난 상처에 이걸 붙이세요. 그러면 금방 나을 거예요."
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수지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수지야. 이 반창고가 내 상처를 금방 낫게 해줄 거야."

아주머니는 상점에 가서
둥근 유리 안에 작은 사진을 넣을 수 있도록 된 열쇠고리를 하나 사왔습니다.
그리고 그 유리 안에 수지가 준 일회용 밴드를 넣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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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주위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없는지요?
이웃의 아픔이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으로 아픈 상처를 싸매 주면
그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을까요?
비가온 뒤 하늘은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가끔씩 하늘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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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의 사진은 현지 교회에 컴퓨터를 기증하는 장면이고, 그 아래의 사진은 첫집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