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댄동산 처럼

아빠를 필요로 하는 가족들 <작년 여름에 '김치'하며 두 딸>

물댄동산처럼 2000. 1. 20. 14:09
어제는 정말 힘든 날이었습니다.
수요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왔을 때
저는 이미 졸음에 겨워 쓰러졌습니다.
지영이 혜영이 양치도 색시에게 미루었습니다.
안마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에게 안마해 주는 일에 소홀했던 요즘이었습니다. -.-;
집이 좁으니 한 방에 다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저는 따로 잠을 잡니다.
그러니 자연히 색시와 몸이 멀어지고
몸이 멀어지니
안마 봉사도 못할 수 밖에요.
저는 거실에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혜영이가 일어나라는 것입니다.
결국 일어났습니다.
어린왕자라는 어려운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구렁이가 코끼리를 잡아먹고
소화시키는 그림을
지영이는 모자라고 하였습니다.
- 이 글은 어린왕자라는 책을 읽은 사람만이 이해합니다.
그 동안 색시는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이불을 깔았습니다.
엄마가 혜영이에게
베개를 가지고 가라고 합니다.
혜영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수를 씁니다.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어? 언니가 하네!"
지영이가 엄마 베개를 받아 작은 방으로 옮깁니다.
혜영이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언니의 베개를 빼았습니다.
지영이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엄마가 아빠 베개를 줍니다.
우리(나와 색시)는 똑같은 베개를 씁니다.
지영이가 엄마 베개를 가지고 작은 방으로 가고
혜영이가 아빠 베개를 가지고 따라갑니다.
다시 지영이는 아빠 베개를 가지고 안방으로 옵니다.
그러면 혜영이도 따라서 옵니다.
그러면 지영이는 다시 옮깁니다.
작은 방에 엄마 베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베개를 들고 작은 방으로 갑니다.
이렇게 즐거운 전쟁(?)을 치루고
지영이와 혜영이, 그리고 색시는 작은 방에 누웠습니다.
저는 안마를 해 주었지요.
누구에게?
다 아시면서-.
지영이와 혜영이가 낮잠을 잤기 때문에
누워서도 떠들기만 합니다.
지영이는 엄마가 무서워서
그리고 약속도 하였기 때문에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혜영이가 문제입니다.
만화를 보겠다며
안방으로 갑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습니다.
코드를 뽑았거든요.
- 언제나 절전을 생활화하는 우리집 ^.^
제가 코드를 꽂아주었습니다.
무슨 프로를 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작은 방으로 건너왔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는 큰방에서 혼자 자고
딸과 색시는 작은 방에서 잠을 잡니다.
이유는 작은 방이 더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자기에는 방이 너무 넓고,
방은 그리 춥지 않지만 맘이 춥습니다.
사실 이틀만 그렇게 잤습니다.

작은 방으로 온 저는
다시 임무에 충실했습니다.
색시가 몸이 아픈가 봅니다.
허리가 아프고 팔도 아프답니다.
딸들을 키우는 엄마의 수고 때문입니다.
우리가 효도해야하는 이유가 확실합니다.

색시는 A/S가 되지 않습니다.
장모님은 이제 사위만족(고객만족)을 포기하였습니다. (농담입니다.)
그러니 평생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
혜영이가 아빠를 부릅니다.
베개가 자기 머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연하지요.
아빠 베개는 너무 큽니다.
저는 이때가 싶어서
혜영이를 안고 작은 방으로 옵니다.
그리고 혜영이 베개 위에 혜영이를 눕힙니다.
그런데 자기의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갑니다. ㅠ.ㅠ
혜영이 고집은 우리 집에서 똥고집으로 통합니다.

저는 색시에게
오늘 찾아온 사진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계속 묻습니다.
역시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뭐하려고 사진을 찾느냐고 합니다.
저는 대답을 하지 않을까 하다가 대답을 했습니다.
스캐너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혜영이 사진을 스캔하려고 하지?"
"지영이 혜영이 사진을 스캔 하려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색시의 질문 요지는 박혜영이었습니다.
질투를 느끼는 것인지....
"혜영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려는 것이지?"
"혜영이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내가 왜 본인이 원치도 않는 일을 해"
계속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답을 하지 않는 색시가 밉기도하고,
혜영이가 걱정되기도 하여서
안방으로 왔습니다.
작은 공주는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SBS에서 'TV 러브스토리'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혜영이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
혜영이는 배가 고픈지 먹을 것을 찾습니다.
요구르트도 먹고,
몽셀(초코파이보다 비싼거)도 먹고,
이제는 먹을 것이 없는지 햄을 찾아왔습니다.
방바닥에 떨어뜨리면서 햄을 만지작거립니다.
먹으래도 먹지 않습니다.
저는 졸려서 막 화가 나려고 합니다.
먹고는 싶은데 입에 들어가지 않는가 봅니다.
제가 햄을 구워주었습니다.
그제서야 햄을 먹는 것입니다.
이불에 누워서 자려고 하면 자지 말라고 막 웁니다.
컴퓨더도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오락,
그리고 인터넷
시간은 이미 12시가 넘었습니다.
혜영이가 졸리기도 한가봅니다.
그런데 잠을 자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새벽 1시가 되어서야
혜영이가 이불에 누웠습니다.
그 전에는 아빠가 누우면 일어나라고 막 웁니다.
아빠도 누웠습니다.
양치를 해주려고 했는데.
싫다고 해서 저도 포기 했습니다.
안 그러면 우는 애를 막무가내로 양치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동네사람 다 깨어납니다.
혜영이도 눕고 저도 누웠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혜영이가 아빠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아빠가 같이 있어 주어야 안심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는(아니 오늘 새벽은) 혜영이랑 둘이서 잤습니다.

어제는 지영이랑 같이 잤습니다.
엄지공주 얘기를 각색해서
좋은 남자를 선택해야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_^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지영이는 어렸을 때
잠에서 깨어나서 아빠나 엄마가 없으면
막 울었습니다.
지영이도 아직은 아빠를 필요로 합니다.
나중에는 아빠의 돈만 필요로 할 때가 오겠지요 ㅠ.ㅠ
그날이 오기 전까지
저는 필요한 아빠가 되겠습니다.
저는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겠습니다.

오늘도 지영이는 아빠를 필요로 했습니다.
저는 지영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아빠에게 선물 주세요.
아빠가 예쁘게 인사 했으니 선물 주세요."
지영이는 아빠가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 않았기 때문에
선물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 선물을 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지영이는 피카츄 백과사전을 아빠가 사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사달라는 것을 저는 사주지 않았거든요.
필요성을 못느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영이는
친구들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면 안되기 때문에 사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까지 말하니
안 사줄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사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나 기쁜지
자신이 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 천원을 꺼내 주었습니다.
어제 수요 예배때 집사님이 주신 돈이었습니다.
혜영이랑 500원씩 나눠 가지라고 했는데
지영이 혼자서 그 돈을 독차지했습니다.
나중에 혜영이가 커서 이 글을 읽으면
아마도 이자까지 쳐서 달라고 떼쓸 것입니다.

제가 문방구에 간다니까
지영 엄마도 제가 찍찍이를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집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계시기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은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않습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121편 4절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