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댄동산처럼 2000. 3. 12. 18:41
요사이 유행하는 만화가 있다.
바로 '용하다 용해'이다.
나도 그 만화를 좋아한다.
반전이 기가 막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끝 부분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짧지도 않고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그런 단편 만화에
셀러리맨의 애환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그 중에 한편
무대리가 아내가 없는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잔소리를 듣지 않고
쉴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러나 잠시
밥을 먹는데 잘 들어가지 않는다.
비디오를 봐도 재미가 없다.
잠이 잘 안 온다.
어쩌면 나하고 똑같을까?
우리 집사람은
나 공부하라고
가끔 애들을 데리고 집을 비워준다.
그러나 그 아내의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공부도 안되고 일도 안 된다.
그냥 무의미하게 텔레비전만 본다.
잠도 안 오고, 일도 안되고
재미없어도 그냥 텔레비전만 보게 된다.
그러다가 늦잠을 자게 된다.
깨우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하다.
잠들기 전에는 결심을 한다.
오늘만은 일찍 일어나서 밥먹고 출근해야지
그러나 핸드폰이 깨워도 더 잔다.
나는 시계보다 모닝콜을 더 많이 이용한다.
그렇게라도 핸드폰을 이용해야지
안 그러면 핸드폰이 운다.
자기는 장식물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핸드폰 소리에 깨어도
이불이 날 놓아주지 않는다.
난 정에 약하여
이불과 계속 동침을 한다.
결국 지각하지 않을 정도만 남기고 기상을 한다.
어떨 때는 지각도 한다.
집사람이 집에 없는 날은 나에게 김 빠지는 날이다.
무대리 얘기를 계속하자면 그렇다.
아내가 들어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역시 아내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이제는 무대리나 나나
아내의 잔소리에 길들여지나 보다.
사실은 그 잔소리도 피가 되고 약이 되는 잔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