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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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칼럼을 읽지 않으셨다면
- 이 글을 읽기 전에 처음부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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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극복- 그는 생각해 보았다
- 두려움이 때때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 자신도 익히 알고
-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두려움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 안일한 생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 허는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 곳이었다 다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는 깊은숨을 크게 들
- 이쉬었다. 그리고 미로를 향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달
- 려나갔다. 그는 길을 찾으며 C창고에서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
- 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너무 오랫동안 치즈를 못 먹어서 몸이
- 약해진 것을 느꼈다. 미로 속을 달리는 데 예전보다 더 힘이
-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 그는 만약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변화에
- 따르리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것이라
- 고 생각했다.
- "조금 늦기는 했지만 치즈도 없는 창고에서 지내는 것보다
- 는 낫지"
- 출발 후 며칠 동안 허는 여기저기에서 약간의 치즈를 발견
- 했지만 치즈는 곧 떨어졌다. 허는 헴이 용기를 내어 미로로 나
- 올 만큼 충분한 양의 치즈를 발견할 수 없었다. 허 자신도 아
- 직 확신이 없었다. 미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
- 아있는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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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미로 속을 다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많은 변화가 보
- 였다. 조금 앞으로 나아갔나 싶어 둘러보면 막다른 곳이었다.
- 여기저기 가로놓인 장애물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 기도 했다.
- 앙금처럼 남은 두려움이 때때로 당혹감을 느끼게 했지만, 치
- 즈를 찾아서 미로 속을 다니는 것이 전에 걱정했던 것만큼 나
- 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시간이 흐를수록 새 치즈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 과연 실제적 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배가 고플 때면 먹을
- 것을 준비해 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내 헛웃음을 지었
- 다. 그가 C창고에서 나왔을 때, 이미 그곳엔 먹을 것이 하나
- 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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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새 치즈에 대한 기대
- 를 통해 자신을 독려했다 참고 견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필요한 것은
- 행동뿐이었다.
- 그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할 수 있으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 생각했다.
- 모든 안락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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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
- 이 아니었다. 치즈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있는
-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
- 하는 사이에 치즈는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났었
- 다. 마음만 먹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는
- 데도, 허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견된 결과는 나타나기 마련이야. 스
- 니프와 스커리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 거 야.'
- 그가 C창고라는 벽에 갇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이 하나하
- 나 떠올랐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벽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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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마침내 허는 큰 창고에 도착하게 되
- 었다. 규모로 보아 맛있고 싱싱한 치즈가 가득할 것 같았다.
-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텅 비
- 어 있었다
-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수록 그에 비례해 허의 의욕도 떨어
- 져갔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그를 유혹했다. 살아남지 못할
-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헴이 있는 곳
- 으로 돌아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 그때 문득 자신이 써놓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 실제로 두려움은 커다란 무게로 그를 위협해 왔다. 매우 빈
- 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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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때에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조차 몰랐지만, 홀
- 로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
- 었다.
- 허약해진 몸과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공포를 자아내는 두려움의 실체는
- 그의 마음속에 숨겨진 딜레마였다
- 허는 아직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변화'를 향한 지름길이라
- 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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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옛친구가 생각났다.
- 허는 헴이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혹은 아직도 두려움 때문에
- 마비상태에 빠져있는지 궁금했다.
- 허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을 때를 기억해 보았다. 미로 속을
- 헤매며 치즈를 찾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 그는 벽에 글을 썼다.
- 그 글은 헴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문구
- 이 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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